고죠텐진구 (五条天神宮) 의 입구   마츠바라도소신사 (松原道祖神社) 가 있는 마츠바라신마치 (松原新町) 교차로에서 서쪽으로 약 150 m 에는 마츠바라도리 (松原通) 가 니시토인도리 (西洞院通) 와 교차하고 있는데, 그 사거리 남서쪽에는 고죠텐진구 (五条天神宮) 라는 신사가 있습니다.

  그 신사의 경내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교토로 천도된 시대에 그 신사가 고승 구카이 (空海) 에 의해 창설되었을 당시에는 광대했다고 합니다.

  고죠텐진구에 모셔져 있는 세 명의 신들은 오나무치노미코토 (大己貴命), 스쿠나히코나노미코토 (少彦名命) 그리고 아마테라스노오미카미 (天照大神) 인데,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신이라서 사람들은 그 신사를 ‘덴시노미야’ (天使の宮) 즉 ‘천사의 신사’ 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그 신사 근처에는 덴시츠키누케도리 (天使突き抜け通) 즉 ‘천사를 찌르는 길’ 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이름의 길이 있습니다. 정말로 무서운 이름이지요!  어떻게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인지 역사적인 사건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아즈치모모야마시대 (安土桃山時代) (1568-1600)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 가 일본 전국을 통일한 후 교토시내를 완전히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내의 북부에는 부자들이, 남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부에 있는 후시미 (伏見) 라는 지역에 정치의 중심을 두고 싶었던 히데요시는 몇 개의 대로를 시내 남북으로 깔아서 북부의 번영이 남부로 들어오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획된 큰 도로 중의 하나가 고죠텐진구의 숲 가운데를 통과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때 신하 중의 하나가 히데요시에게 천벌을 받을 수 있으니 그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진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모르던 그 절대 지배자 히데요시는 그 진언을 무시한 채 계획대로 신사 경내 중앙을 통과하게 하라고 명령하고 말았습니다.

문을 통해 본 고죠텐진구 (五条天神宮) 의 본당

  그래서 히데요시의 난폭한 지배를 오랫동안 참아온 교토 시민들은 그 대로를 비꼬아 ‘덴시츠키누케도리’ 즉 ‘천사를 찌르는 길’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천사는 다름 아닌 그 신사에 모셔져 있는 세 명의 신들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토의 도로 정리 때 히데요시의 횡포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가 당시에 일본 최대의 대불상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절 호코지 (方広寺) 를 건설시켰을 때, 그 새로운 절로 이어지는 대로도 동시에 만들도록 그 길을 ‘고죠도리’ 즉 ‘고죠 길’ 이라고 부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있었던 ‘고죠도리’ 는 그 이름을 ‘마츠바라도리’ 로 바꿔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고죠텐만구가 고죠도리가 아니라 마츠바라도리에 접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타지방 출신으로 벼락출세한 히데요시가 800 년 동안 계속 이어온 수도 교토를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에, 교토 시민들은 그를 아주 미워했고,그 일족이 몰락한 후 시내에 있었던 그의 저택인 주라쿠다이 (聚楽第) 를 완전히 부서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덴시츠키누케의 경우와 같이 히데요시의 흔적이 지금도 지명을 통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라쿠마와리마츠시타쵸 (聚楽廻松下町) 입니다.

 

고죠텐진구 (五条天神宮) 의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