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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사카신사 (八坂神社) 의 남문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는 시모가와라도리 (下河原通) 라는 길에서 약 200 m 쯤 사거리의 북동쪽 모퉁이에 도케이지 (東景寺) 라는 절이 있습니다. 그 절에는 아키하-산자쿠보-다이곤겐 (秋葉三尺坊大権現) 이라는 신이 모셔져 있는데, 아키하는 엔슈 (遠州/現静岡県) 에 있는 산의 이름, 산자쿠보 (三尺坊)는 에치고 (越後/現新潟県) 에 있는 승려들이 묵거나 수행하는 선방의 이름, 그리고 다이곤겐 (大権現) 은 불교 신의 호칭입니다. 그렇게 세 가지를 종합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날 신슈 (信州/現長野県) 에서 한 남자가 태어났습니다. 그는 승려가 된 후 에치고에 있는 선방에 틀어박혀 수행에 정진했습니다. 부동명왕상 (不動明王像) 앞에서 수행을 모두 끝냈을 때 그의 모습은 신의 모습과 같아져 있었으며 부동명왕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줄을 들고 얼굴에는 마귀를 쫓아낼 때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부동명왕에게는 없는 날개가 자신의 등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을 나는 흰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여우에 올라탔고 여우가 착륙하는 곳에서 신으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여우는 오랫동안 하늘을 날다가 엔슈에 있는 아키하산 (秋葉山) 꼭대기에 착륙했습니다. 그는 더 높은 신이 되기 위하여 일본에 있는 신성한 산을 전부 올라간 후 마침내 아키하산에서 아키하-산자쿠보-다이곤겐이라는 신으로 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헤이안시대 (平安時代) (794-1185) 에 쿄토에 있는 궁정에서 화재가 있었는데 그때 아키하-산자쿠보-다이곤겐이 궁정의 지붕 위에 나타나 순식간에 불을 껐다고 합니다. 그 후로 그는 불을 끄는 신으로 추앙되어 전국적으로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신앙을 아키하신앙 (秋葉信仰) 라고 부르는데, 특히 오랫동안 화재로 고생해 왔던 에도 (江戸) 사람들 사이로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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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메이지시대 (明治時代) (1603-1867) 에 들어 도쿄도 (東京都) 중심에 있는 한 마을에서 불이 나면서 그 지역 전체가 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메이지천황 (明治天皇) 은 언제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신도 (神道) 의 신인 친카샤 (鎮火社) 를 모시도록 했습니다. 메이지시대 초기 정부는 그 신도를 국교로 정해 불교와 분리하고자 했는데, 신도는 일본 고유의 종교, 불교는 외국에서 온 종교라고 하며 심한 차별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별에도 불구하고 도쿄 도민들은 아키하신을 변함없이 믿었고, 새로운 신사에 모셔져 있는 신이 신도의 신인 친카샤가 아니라 불교의 신인 아키하-산자쿠보-다이곤겐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신사를 친밀하게 아키하사마 즉 ‘아키하님’이라고, 불타버린 거리를 ‘아키하하라’라 부르게 되면서 오늘날 전자제품 상점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 (秋葉原) 라는 지명이 탄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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