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후쿠지 (東福寺) 의 말사 중에는 셋슈 (雪舟) 에 의해 정원에 배치된 돌거북이 있는 훈다인 (分陀院) 처럼 독특한 특징이 있는 절이 많습니다.
훈다인에서 조금 북쪽으로 ‘이아이세키’ (遺愛石) 로 불리는 특별한 바위로 유명한 레이운인 (霊運院) 이라는 말사도 있습니다. ‘이아이세키’ 는 두개의 돌로 만들어진 받침대 위에 놓인 재미있는 모양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바위임에도 사람들에게 웅대한 절벽의 경치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그 신성한 바위는 불교의 우주관에 따르면 ‘슈미센’ (須弥山) 으로 불리는 상상속의 산을 상징하며, 그것이 우주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부처님의 마음으로 채워져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산 밑에는 삼중 (三重) 의 세계가 있는데, 위에서부터 ‘금바퀴’ (金輪), ‘물바퀴’ (水輪) 그리고 ‘바람바퀴’ (風輪) 라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 산 기슭에는 원형으로 된 아홉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고 하는데 그 세계를 돌과 모래로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은 ‘남엔부다이’ (南閻浮提) 라고 불리어 그 바다의 남쪽 가장자리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이아이세키에 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그 절의 7대 대승이었던 슈세츠 (蕭拙) 는 지금의 구마모토현 (熊本県) 인 히고 (肥後) 에서 태어났는데, 그 곳을 지배하던 호소카와 다다토시 (細川 忠利) 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게다가 다다토시의 아들인 호소카와 미츠히사 (細川 光久) 도 슈세츠를 잘 따랐기 때문에 그가 대승이 되었을 때 거액의 돈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슈세츠는 그 제안을 딱잘라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행중에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돈보다는 절을 위한 바위도 좋겠군요!" 그런 연유로 ‘이아이세키’ 는 레이운인으로 올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돌이나 바위도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 같군요!? 그리고 호소카와 다다토시는 일본 역사에서 비극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호소카와 가라샤 (細川 ガラシャ) 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기억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