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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온인 (知恩院) 경내에 있는 누레가미신사 (濡髪神社) 로 이어지는 계단

   한큐전철 (阪急電鉄) 교토카와라마치역 (京都河原町駅) 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면 동쪽으로 히가시야마 (東山) 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울창한 산을 바라보며 시조대로 (四条大通) 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야사카신사 (八坂神社) 와 마루야마공원 (円山公園) 에 이르는데 그 공원 북쪽의 언덕 위에는 지온인 (知恩院) 이라는 절이 있고 그 안에는 크고 작은 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웅대한 당들 사이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경내 북동쪽 구석에 있는 누레가미 (濡れ髪) 신사의 작은 기둥문 토리이 (鳥居) 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신사에는 여우가 모셔져 있는데 누레가미는 젖은 머리카락이라는 의미입니다.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1867) 초에 지온인의32대 고승인 레이간 (霊監) 의 꿈에  어느날 모르는 아이가 하나 나타나 흐느껴 운 것을 계기로 그 고승은 그 아이가 지온인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던 여우의 화신이고  본당의 건축작업이 시작되면서 내쫓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승은 그 여우를 불쌍히 여겨 다른 살집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여우가 다시 고승의 꿈에 나타나 지온인을 화재로부터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며 그 증표로 우산 한 개를 건축 중인  본당 안에 놓아두었습니다.  그 우산은 지금도 지온인 본당의 처마에 있는데 그 절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우가 모셔져 있는 누레가미신사 (濡髪神社) 의 입구

 

  그리고 그 여우가 두번째 꿈에 다시 나타났을 때 머리가 젖은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전해져 옵니다.  아마도 그 아이 즉 여우가 꿈에 나타났을 때 우산을 본당 안에 두고 왔기 때문일 거라는…  그래서 고승은 그 여우를 누레가미 ‘젖은 머리카락’ 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신으로 모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누레가미를 화재로부터 보호해 주는 신으로 존경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온 (祇園) 의 화류계 기생들은 누레가미라는 이름의 의미에서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의 예쁜 여자를 연상하기 시작했고, 자신들도 그런 여자가 되기를 바라며 그 신사를 방문해 기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오늘날에는 남녀의 사랑을 이어지게 하는 신으로도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시대에 따라서 신의 의미도 바뀌다니 재미있는 것 같군요!!

 

누레가미신사 (濡髪神社) 가 있는 묘지에서 바라본  초목이 많는 언덕

누레가미신사 (濡髪神社) 에 참배할 때 통과해야 하는 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