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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후쿠지 (東福寺) 경내에 있는 십만부동명왕 (十万不動明王) 으로 유명한 도주인 (同聚院) 의 문.

  도후쿠지 (東福寺) 의 말사 중의 하나인 레이운인 (霊雲院) 이라는 절에 바위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흰 모래로 장식하여 불교의 장대한 우주관을 표현하고 있는 ‘이아이세키’ (遺愛石) 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도후쿠지의 다른 말사인 도주인 (同聚院) 이라는 절이 있는데 그 본당 안에는 일본 미술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불상이 있습니다.  그 불상은 고조 (康定) 라는 조각가가 만든 부동명왕 (不動明王) 으로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어서 더욱 유명합니다.

  고조는 헤이안시대 (平安時代) (794-1185) 에 우지시 (宇治市) 에 있는 뵤도인 (平等院) 의 아미타불 (阿弥陀仏) 을 만든 조각가로 유명한 조초 (定朝) 의 아버지입니다. 조초는 일본 조초양식 (定朝様式) 을 시작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동명왕은 화염광배 (火焔光背) 를 배경으로 바위대좌 (岩座) 에 서 있거나 앉아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밧줄을 들고, 인간이나 수행 중인 스님의 마음 안팎에 오는 악마나 적을 쫓아버린다고 합니다.

  그 도주인의 부동명왕은 헤이안시대에 현재의 도주인의 자리에 있었던 호쇼지 (法正寺) 라는 절에서 모신5대명왕 (5大明王) 중의 하나였지만 전쟁이나 화재로 부동명왕만 남고 건물과 같이 다 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동명왕이 그 시대 그 지역의 귀족적인 분위기를 우리에게 알려 주는 유일한 유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동명왕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손 씻는 곳이 있는 도주인 (同聚院) 의 정원.

  어느날 꿈 속에서 부동명왕이 다음과 같은 장면을 봤습니다.

  십만의 악령들이 일본의 어딘가에 모여 어떻게 민중을 괴롭힐지, 화재나 홍수나 병 등 어떤 방법이 좋을지 서로 논쟁을 벌인 후 전국 각지로 흩어지려 할 때 부동명왕이 나타나 큰 힘과 빛으로 그 계획을 포기하게  했고 좋은 일만을 하도록 설득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부동명왕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표현했습니다.  "더 이상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겠고 년 동안 사람들을 구하겠습니다" 라고….. 그러자 부동명왕은 그 숫자 () 을 그들의 수와 같은 십만 (十万) 으로 정정했다고 합니다. 실은 일본어로 숫자 일은 짧은 수평선 (―) 으로, 십은 작은 십자 (+) 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일)만을 십만으로 바꿀 때 짧은 수직선 ( I ) 한 자루만 가하면 됩니다. 당연히 그 십만의 악령들도 십만으로의 정정을 받아들였고 모두 그 부동명왕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동명왕은 ‘십만 부동명왕’, 즉 일본어로 ‘주만 후도묘오’ 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만을 십만으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석등롱이 있는 도주인 (同聚院) 의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