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지하철 가라스마선 (烏丸線) 고죠역 (五条駅) 에서 약 300 m 북서쪽으로 마츠바라도리 (松原通) 와 신마치도리 (新町通) 라는 두 길이 교차하고 있는데, 그 사거리 남서쪽 모퉁이에는 소박하면서도 잘 가꿔진 신사 마츠바라도소신사 (松原道祖神社) 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신도 (神道) 의 신들 중 하나인 도소진 (道祖神) 이 모셔져 있는데 그 신은 불교의 신인 지장보살 (地蔵菩薩) 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마을 변두리에 서서 악령이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옛날 옛날 도묘 (道明) 라는 승려가 있었는데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불교로 출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산이나 절에 틀어박혀 엄격한 수행에 정진한 후 드디어 고승의 지위까지 올랐습니다. 그가 외는 염불은 너무나 리듬감이 좋아서 사람들은 넋을 잃고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덕이 높은 고승에게도 믿기 어려운 사생활이 있었다고 합니다.
도묘는 여자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당시 그는 와카 (和歌) 라는 일본 고유 정형시를 짓는 시인이었던 이즈미시키부 (和泉式部) 와 연인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소재로 와카를 많이 쓰던 여자였다고 합니다.
어느날 도묘는 여느 때처럼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정열적으로 사랑을 나눈 후 그녀는 먼저 금방 잠이 들었지만 도묘는 잠들지 못하고 불경 8 권을 외기 시작했는데 그가 8 권을 다 외었을 때 날이 밝기 시작했습니다.
도묘는 잠시 졸다가 가까이에 누군가가 있는 듯한 느낌에 놀라 말했습니다 "누구십니까?" 그러자 "저는 이웃에 살고 있는 노인입니다."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스님이 외시는 염불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오늘 들은 염불은 잊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습니다." 도묘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없어서 초조해하면서 물었습니다. "그 홋께종파 (法華宗派) 의 불경은 제가 매일 외는 것인데 오늘 염불에는 어떤 다른 특별한 것이 있었나요?" 그 노인은 천천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 스님이 몸을 청결히 한 후 염불을 외었을 때는 본텐 (梵天) 과 다이샤쿠텐 (帝釈天) 같이 눈부시도록 성스럽고 엄숙한 신들이 스님 앞에 와서 염불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저처럼 미천한 인간이 스님에게 다가가거나 염불을 듣거나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몸을 깨끗이 하지 않은 채 염불을 외었기 때문에 신들이 스님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저 없이 스님 곁에서 염불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운 좋은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그 노인이 도묘의 염불을 칭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로 전하고자 한 것은 염불을 욀 때 특히 사랑을 나눈 후에는 반드시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그 노인은 바로 마츠바라신마치쵸 (松原新町町) 의 사거리 남서쪽 모퉁이에 모셔져 있는 도소진 (道祖神) 의 화신이었다고 전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