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지하철 이마데가와역 (今出川駅) 출입구 근처에는 도시샤 (同志社) 대학교 캠퍼스가 있는데, 북쪽에 있는 선종 (禅宗) 의 절인 쇼코쿠지 (相国寺) 의 넓은 경내와 인접해 있습니다. 절 경내 한 구석에 있는 종각 옆에 소탄이나리 (宗旦稲荷) 라는 작은 신사가 숨어 있는데 소탄여우 (宗旦狐) 가 모셔져 있습니다. 소탄 (宗旦) 은 일본 중세 다도 (茶道) 의 달인이었던 사람의 이름이고, 여우는 벼농사의 수호신인 이나리 (稲荷) 의 심부름꾼이라고 여겨지는 동물입니다. 그러면 소탄 과 여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 – 1867) 초기에 그 절 경내 수풀에는 흰 여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는 인간의 행동 중에 특히 다도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다도의 예의범절을 몰래 어깨 너머로 다 습득해 버렸습니다.
어느 날 다도 모임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달인인 소탄의 훌륭한 접객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또 한명의 소탄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어서 다실로 들어가시지요." 손님들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다시 한번 하시려는 겁니까?" 소탄이 의아해하며 대답했습니다. "다시 한번 ? 저는 지금 막 이곳에 도착했는데요." 그 후에도 소탄이 다도 모임을 개최할 때면 그런 이상한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소탄이 다실에서 그의 세련된 솜씨를 손님들에게 뽐내고 있을 때 늦게 다실로 들어온 또 다른 소탄 이 그 뛰어난 솜씨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때 진짜 소탄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 소탄은 원래의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가까이 있던 창문을 깨뜨리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다실 창문 중의 하나는 나중에 수리됐기 때문에 현재도 다른 창문 보다 조금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가짜 소탄이었던 여우는 안타깝게도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어느날 두부 가게에서 점원이 두부를 튀기고 있을 때 갑자기 쥐 한 마리가 기름안으로 떨어져서 그것을 밖으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튀긴 두부는 여우가 제인 좋아하는 음식이었기에 여우는 그만 기름 냄새에 유인되어 그것을 덥석 먹어버렸습니다.
그러자 그의 변신 능력이 사라져버려 그냥 여우 모습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들개들이 그를 간단히 찾아내서 집요하게 뒤쫓았습니다. 그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절 경내에 있는 수풀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침 그곳에 낡은 우물이 있었고 그만 그 안으로 빠져버려 죽고 말았습니다.
그 가여운 여우가 인간과 비슷한 익살스러운 특기를 가졌음에도 예기지 못한 죽음에 이른 것을 안타깝게 여겨, 여우의 명복을 빌며 그 절의 스님들이 경내에 작은 신사를 지었습니다.
지금도 스님들이 그 가여운 여우를 위하여 계속해서 바치는 것은 쥐튀김이 아니라 물론 두부튀김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