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한 전철 (京阪電鉄) 교토선 (京都線) 데마치야나기역 (出町柳駅) 에서 내려 이마데가와 (今出川) 대로를 따라 교토대학 캠퍼스를 옆으로 약 1.2km 동쪽으로 가면 삼거리가 있습니다. 그곳이 시가현 (滋賀県) 으로 이어지는 옛길의 입구입니다.
바로 그곳에 높이 2m의 돌불상이 당안에 모셔져 있는데 그 불상은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불상은 누가 봐도 엉성하게 조각되어서 어떤 종류의 불상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고, 각 이름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은 그 돌불상을 고야스간온 (子安観音) 이라고 부르는데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을 도와 주는 관음을 의미합니다. 시라카와 (白川) 라는 마을에 사는 시라카와메 (白川女) 라 불리는 꽃행상녀들은, 아침 일찍 장사하러 마을을 떠날 때 그 불상앞에 꽃을 바치는 풍습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들은 그날의 장사와 안전을 위해 빌었습니다. 특히 시라카와메는 보통 출산 직전까지 일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행상중에 진통이 시작되지 않도록 빌었고 놀랍게도 그녀들의 소망은 다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그 돌불상을 다이코지조 (太閤地蔵) 라고도 부르는데 다이코는 아즈치모모야마시대 (安土桃山時代) (1568 – 1600) 의 권력자인 도요도미히데요시 (豊臣秀吉) 를, 지조는 여행자와 아이의 수호신인 지장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다이코와 지조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어느날 히데요시가 그 지장 앞을 지나갈 때 그 지장의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압도되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그는 그것을 궁전으로 옮기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장이 있는 쪽에서 땅이 울리는 것과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지장의 신음 소리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장은 있는 힘을 다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를 시라카와로 돌려보내라 !"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 "나에게는 고향이 필요해 !" 히데요시는 지장의 비통한 울부짖음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어 지장을 시라카와로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돌불상이 당시 아무도 거역할 수 없었던 최고 권력자인 히데요시의 의지를 꺾었기 때문에 그후로 사람들은 그 지장을 다이코지조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또한 어떤 다른 사람들은 그 돌불상을 구비키리지조 (首切り地蔵) 라고 부르는데 머리가 떨어진 지장이라는 뜻입니다.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 – 1867) 에 시라카와에 큰 화재가 있었습니다. 마을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 지장은 황급하게 옮겨졌고 그때 그의 머리와 양팔이 몸에서 빠져버렸지만 응급처치만 받아 비참한 모습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참배하러 왔습니다.
거듭되는 불운은 다시 지장을 찾아왔습니다. 1996년 트럭 한 대가 그의 작은 절당으로 돌진했습니다. 그때 그의 머리가 떨어졌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대충의 수리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머리가 몸에 엉성하게 붙여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지금까지도 그를 참배하러 옵니다.
많은 역경과 고난을 견딘 그 돌불상은 서민들의 영원한 우상임에
틀림없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