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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벚꽃을 좋아하 듯, 저도 물론 벚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규리구사 (胡瓜草/오이의 냄새가 나는 풀) 와 같은 잡초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그 꽃은 아름답지만 너무나 작아서 지면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어 확대경을 써서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그 작고 귀여운 잡초를 알아차리지 못한 체 짓뭉개는 장면을 슬픈 마음으로 그저 보아야 합니다. 그렇듯 저에게는 뭐든지 작은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교토 (京都) 라고 하면 제일 먼저 기요미즈데라 (清水寺) 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곳에는 여행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문 북쪽에 모셔져 있는 작은 지장보살 (地蔵菩薩) 돌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에게 문화적인 가치는 없지만 저에게는 다른 문화재보다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그 지장보살과 관련된 게이샤 (기녀), 스님 그리고 조각가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고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시죠대로 (四条大通) 의 막다른 곳에 언제나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는 야사카신사 (八坂神社) 가 있습니다. 그 신사는 방문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가는 마루야마공원 (円山公園) 의 입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언제나 시끌벅적합니다. 하지만 경내에 있는 다다모리토로 (忠盛灯籠) 라는 석등롱을 알아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등롱은 저에게는 다른 어떤 문화재보다 훨씬 더 매력이 있습니다. 그 등롱을 중심으로 찬황, 무사 다다모리 (忠盛) 그리고 신관이 휘말리면서 일어난 사건은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게다가 장군 다이라-노-기요모리 (平清盛) 의 출생의 비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요미즈절 그리고 야사카신사는 저에게 있어서는 벚꽃 같은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평범한 것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게 하는 스테레오타입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작은 지장상이나 다다모리등롱은 규리구사 같은 존재입니다. 일부의 사람들만이 그 매력에 사로잡힙니다.

저는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게 취미입니다. 가령 사람의 왕래가 적고 호젓한 거리도 길가에 자라는 잡초에 관한 지식을 조금만이라도 가진다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식물원으로 변신할 것입니다.

    요컨대 거리에서 흔히 보는 오래된 대상에 관한 역사적인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교토 즉 기요미즈데라라는 스테레오타입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면 지극히 일상적인 거리도 역사 박물관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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