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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안 (절) 의 산문

  교토 시내에서 다카가미네행 (鷹峯行) 1번 또는 6번 버스를 타고 겐코안마에 (源光庵前) 라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동쪽에 94 장에서 소개한 죠쇼지 (常照寺) 의 입구가, 서쪽에는 겐코안 (源光庵) 의 입구가 있습니다. 겐코안은 다이토쿠지 (大徳寺) 라는 선종절의 초대 고승이, 은퇴한 후 지내기 위해 난보쿠죠시대 (南北朝時代/1336-1392) 에 지었다고 합니다.

  겐코안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본당 안에 있는 사토리노마도 (悟りの窓) 라는 깨달음의 창문과 마요이노마도 (迷いの窓) 라는 망설임의 창문입니다. 먼저 사토리노마도는 직경이 약 150 cm 의 원형인데 선종의 무심 (無心) 의 경지와 관세음보살의 모성의 자비심을 나타낸다고 하며, 마요이노마도는 약 150 cm 의 정방형인데 아무도 피할 수 없다는 인생의 네 가지 고통 즉 생-로-병-사 (生老病死) 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겐코안의 깨달음의 창문 (원형) 그리고 망설임의 창문 (정방형)

 사람들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을 감상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선을 정원에서 천장으로 옮기면 한눈에 핏자국이 여기저기 있어서 놀랄 것입니다. 치텐죠 (血天井) 라 불리는 그 천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서기 1600 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 의 부하인 이시다 미츠나리 (石田三成) 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徳川家康) 의 부하인 도리이 모토타다 (鳥居元忠) 와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를 이어 일본 전국을 지배하려고 히데요시의 유능한 무사들을 정복하기 위해 후시미성 (伏見城) 을 떠나 아이즈 (会津) 지금의 도호쿠 지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빈 후시미성을 지키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모토타다였습니다.

  이에야스가 너무나 많은 병사를 원정에 데려갔기 때문에 모토타다는 소수의 병력 약 1,800 명의 무사들로 성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원군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적인 미츠나리는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후시미성을 약 40,000 명의 엄청난 병력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모토타다는 절대적으로 불리했음데도 불구하고 열흘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결국 패배직전 모토타다는 1,200 명의 병사들과 함께 할복자살을 했습니다. 그때 성의 마루판 여기저기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고 합니다. 훗날 이에야스는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 마루판들을 교토 시내에 있는 몇 군데의 절로 가지고 가 본당 천장 판자로 하도록 명령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다음 8곳의 절에 치텐죠가 남아 있는데, 히가시야마구 (東山区) 에 있는 요겐인 (養源院), 기타구 (北区) 에 있는 겐쿠안 (源光庵), 사쿄구 (左京区) 에 있는 산젠인-호센인 (三千院-宝泉院), 기타구 (北区) 에 있는 쇼덴지(正伝寺), 우지시 (宇治市) 에 있는 고쇼지 (興聖寺), 우쿄구 (右京区) 에 있는 묘신지-덴큐인 (妙心寺-天球院), 야와타시 (八幡市) 에 있는 신오지 (神應寺) 그리고 후시미구 (伏見区) 에 있는 에이슌지 (栄春寺) 입니다.

 

겐코안 본당에 있는 피로 얼룩진 천장 

 

 

모토타다와 1,800 명의 병사들을 전멸시킨 미츠나리는 결과적으로 흉악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도 히데요시에게 충성을 다한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둘의 만남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미츠나리는 원래 오미지방 (近江地方) 이라는 지금 시가현에 있는 간온지 (観音寺) 라는 절의 수습승려였습니다. 어느 날 히데요시가 매사냥을 하러 그 지방에 찾아왔다가 더위와 갈증 때문에 간온지에 들렀고 마침 미츠나리에게 차 한 잔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히데요시는 그가 가져온 차를 입에 머금은 순간 미지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히데요시는 그 차를 단숨에 다 마셔 버린 후 한 잔 더 청했는데 다음 차는 처음보다 따뜻했습니다. 히데요시는 기분좋게 마신 후 한 번 더 가져오도록 청했는데 미츠나리가 내온 것은 뜨거운 차였습니다. 히데요시는 말했습니다. "훌륭하구나!" 그래서 미츠나리가 자신의 부하가 되도록 허락했다고 합니다.

  미지근한 차를 대접하는 것은 상대에게 무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고의 지배자인 히데요시 앞에서도 사려 깊은 행동을 한 미츠나리 뿐만 아니라 인물을 알아본 히데요시도 "훌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