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미즈데라 (清水寺) 라는 절의 경내 중앙에는 지슈진자 (地主神社) 라는 신사가 있는데 그 신사의 문인 도리이 (鳥居) 에는 "엔무수비-노-카미 (縁結びの神)" 즉 "인연을 맺어주는 신" 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성미가 거친 수사노오 (須佐之男/제101장을 참조) 의 아들 오오쿠니누시 (大国主) 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 바로 옆에는 이상하게도 뒷발로 서 있는 토끼의 동상도 있습니다. 그러면 오오쿠니누시와 토끼가 인연을 맺어주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가 그 의문을 풀어줄 것입니다.
오오쿠니누시에게는 80 명의 형제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형제들 모두가 야가미공주 (八上姫) 에게 결혼 신청을 하러 이나바 (因幡/지금 돗토리현) 로 갔습니다. 그때 그들은 오오쿠니누시에게 물건이 많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메게 하고 그를 하인처럼 다뤘습니다. 형제들이 게타곶 (気多岬) 에 도착했을 때 가죽이 벗겨진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토끼가 있었는데 그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바닷물을 피부에 끼얹고 바람과 햇볕에 쬐면 나을 것이다!" 토끼는 그들의 조언대로 했지만 피부상태는 훨씬 더 악화되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토끼가 울고 있자 오오쿠니누시가 나타나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느냐?"
토끼는 말했습니다. "저는 오키 (隠岐) 라는 섬에 살고 있는데 본섬의 이나바로 건너가고자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에 살고 있는 한 악어에게 제안했습니다. '토끼와 악어 중에 어느 종족이 더 많은지 확인해보자! 악어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모아서 오키에서 이나바까지 한 줄로 세워라. 그러면 너희들 등을 밟고 지나가면서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겠어!' 악어들이 제 제안대로 한줄로 나란히 섰고, 저는 수를 세는 척하면서 바다를 건너갔습니다. 제가 육지에 거의 도착해서 그들에게 '나는 너희들을 속인 거야!' 그러자 제일 끝에 서 있던 악어가 저를 잡아 가죽을 다 벗겨버렸습니다. 제가 엄청난 통증에 신음하고 있을 때 우연히 80 명의 신들이 제 앞을 지나갔는데 저를 속여 조언을 하여 상처가 더 심하게 아파졌습니다."
오오쿠니누시는 토끼에게 말했습니다. "먼저 강의 수문으로 가서 몸을 민물로 씻어라! 다음에는 부들 꽃을 따서 바닥에 놓고 그곳에서 굴러다니면서 솜털을 네 몸에 붙이면 피부는 원래대로 되돌아올 것이다." 토끼가 그 말대로 하자 피부는 곧 완쾌되었다고 합니다.
토끼는 오오쿠니누시에게 말했습니다. "80 명의 형제들 중 아무도 야가미공주에게 결혼승낙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토끼가 예언한 것처럼 그녀는 80 명의 청혼을 냉정히 거절해버렸고 마지막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오오쿠니누시에게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계신 당신!"
토끼가 오오쿠니누시와 야가미히메의 결혼을 알아맞혔기 때문에 사람들은 운 좋게 인생의 동반자를 얻은 오오쿠니누시와 함께 토끼를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여기게 된 것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