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라쿠지 (安楽寺 / 99 장을 참조) 에서 남쪽으로 노틀담 (Notre Dame) 이라는 학교가 있고, 그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오토요신사 (大豊神社) 가 있는데 그 서쪽으로는 데츠가쿠-노-미치 (哲学の道) 라는 유명한 산책로가 남북으로 뻗어 있습니다. 오토요신사는 서기 887년 후지와라-노-슈쿠시 (藤原の淑子) 라는 궁녀가 제 59대 천황인 우다텐노 (宇多天皇) 의 병이 회복되기를 빌면서 지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우다텐노의 양어머니였는데 그가 왕위에 오르는 데에 큰 공헌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 신사 신전에는 세 분의 신들이 모셔져 있는데 스쿠나히코나 (少彦名命), 스가와라-노-미치자네 (菅原の道真) 그리고 (応神天皇) 입니다. 스쿠나히코나는 의학과 약학의 신으로,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날씨와 학문의 신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오진천황은 제 15대 천황인데 일본의 기초를 만든 업적으로 자물쇠 구멍 모양을 한 세로 425 m, 가로 300 m 그리고 높이 35 m 의 고분 (古墳) 에 모셔져 그가 얼마나 존경받았는지 지금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사에서 꼭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경내에 묘셔져 있는 세 말사로 본사의 제신 (祭神) 과 인연이 깊은 신을 모시는 신사 입니다. 그 중 본사 오른쪽에 오쿠니샤 (大国社) 가 있는데 두 마리의 쥐가 오쿠니누시 (大国主命 / 105 장을 참조) 라는 신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쿠니누시는 스세리공주 (須勢理姫) 에게 홀딱 반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성격이 거칠기로 유명하다는 신으로 스아노오 (須佐之男) 였습니다. 오쿠니누시는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 받기 위해 스사노오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따님을 저에게 주시어 저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스사노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초원을 향해 화살을 쏘며 오쿠니누시에게 명령했습니다. "내가 방금 쓴 화살을 가지고 돌아오거라!" 그 명령에 따라 오쿠니누시는 초원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스사노오는 초원에 불을 붙였습니다. 오쿠니누시는 연기 때문에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한 마리 쥐가 나타나 오쿠니누시를 곤경에서 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쥐는 그를 어떤 동굴로 데려가더니 화살을 찾아서 그것을 입에 물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쥐를 오쿠니누시의 심부름꾼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신사의 에마 (絵馬/신에게 기원할 때나 소원이 이루어진 답례로 말 대신 신사나 절에 봉납하는 말이 그려진 나무판) 에는 말 대신에 두 마리의 쥐가 그려져 있습니다. 한 마리는 풍작을 상징하는 술그릇을 양손으로 들고 있고, 한 마리는 학문적인 성공을 상징하는 족자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사 왼쪽에는 히요시샤 (日吉社) 와 아타고샤 (愛宕社) 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히요시샤에는 산의 신인 산오곤겐 (山王権現) 이 모셔져 있는데 그의 심부름꾼이 원숭이입니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일본어로 사루 (猿) 라 하는데 "사루" 는 떠나다 (去る) 라는 의미도 있어서 일본사람은 "사루?→ 무엇이 떠납니까? → 마 (魔) 가 떠납니다. → 마가 사루 (魔が去る) → 마사루 (勝る) → 뛰어나다 → 어떤 분야에서든지 뛰어나다." 라고 연상합니다. 사루는 정말 좋은 기운을 가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타고샤에는 방화의 신이 모셔져 있는데 그의 심부름꾼은 보통 멧돼지인데 그와는 달리 솔개입니다. 왜냐하면 아타고산 (愛宕山) 속에 숨어 살고 있는 덴구 (天狗) 라는 전설의 요괴가 솔개의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토요신사의 매력은 신사에 얽힌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경내에 일년 내내 활짝 피어 있는 동백꼬, 살구쫓 그리고 자양화등도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