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에 목을 매어 자살한 직녀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섣달 그믐날만 종을 치게 되었다는 호온지 (報恩寺) 로부터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넓은 공원 한쪽 구석에 신사의 문인 도리이가 많은 벚나무와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문이 바로 수이카텐만구 (水火天満宮) 라는 신사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일반적으로 텐만구 (天満宮) 에는 학문의 신으로 불리는 수가와라노미치자네 (菅原道真) 가 모셔져 있는데 그곳에는 미치자네 외에도 바위 하나가 경내에 같이 모셔져 있습니다. 도대체 미치자네와 그 바위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미치자네는 헤이안시대 (平安時代) (794-1185) 의 뛰어난 학자였지만 그는 동료의 모함으로 규슈 (九州) 에 있는 관청 다자이후 (大宰府) 로 좌천당했고 그곳에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모함과 관계됐던 사람들 모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거나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나 교토 전체로 피해가 커져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미치자네가 하늘을 담당하는 신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미치자네의 원한을 두려워한 다이고천황 (醍醐天皇) 은 당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절들 중 하나인 엔랴쿠지 (延暦寺) 의 덕이 높은 고승이었던 손이 (尊意) 에게 특별한 기도를 해서 미치자네의 영혼을 달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손이가 히에이잔 (比叡山) 꼭대기에 있는 엔랴쿠지를 출발하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교토시내 (京都市内) 에 있는 궁전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빗줄기가 거세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이 새까만 구름으로 덮여버렸고 빗줄기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로 변했습니다. 게다가 그가 가모가와 (鴨川)로 다가가자 강물 수위가 삽시간에 높아져버렸습니다.
결국 강물이 둑을 넘더니 시내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손이는 그 광경을 보더니 염주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열심히 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점점 수위가 내려가더니 강이 두 갈래로 나뉘어졌고 바로 그 갈림길에서 바위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위에 손이의 제자였던 미치자네가 서 있었습니다.
미치자네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손이의 설득에 깊이 깨닫고 먹구름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바로 그때 교토시내를 덮고 있던 거센 폭풍우도 멈추었습니다.
손이는 미치자네가 서 있었던 그 바위를 가지고 돌아가 미치자네가 그 바위에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 도텐세키 (登天石) 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돌과 함께 미치자네를 위하여 손이는 그곳에 수이카텐만구 (水火天満宮) 를 지었던 것입니다. 미치자네가 폭풍우 (暴風雨) 와 천둥번개 (雷/稲妻) 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물과 불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짓게 된 것아라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미치자네는 학문의 신일 뿐만 아니라 물이나 불에 의한 재난을 막아 주는 수호신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원한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던 영혼도 깨달음에 의해 사람들을 수호하는 신이 될 수 있다니 놀랍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