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와라노나리히라 (在原業平) 가 노년을 보냈던 절 주린지 (十輪寺) 가 있는 오시오 (小塩) 라는 마을에서 버스로 니시야마산맥 (西山山脈) 을 향해 약 5 분쯤 서쪽으로 가면 산기슭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큰 절을 이루는 여러가지 절당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절의 이름은 요시미네데라 (善峯寺) 입니다.
그 절당 중 산 꼭대기에 중생의 병을 고친다는 석가모니인 약사여래 (薬師如来) 를 모시고 있는 약사당 (薬師堂) 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게이쇼인 (桂昌院) 이라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땅속에 보관되었다고 전해지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그 약사당의 본존 (本尊) 인 약사는 슛세약사 (出世薬師) 라고 불리는데 슛세는 ‘출세’ 라는 의미입니다. 케이쇼인은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 - 1867) 의 3대 장군인 이에미츠 (家光) 의 첩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케이쇼인과 슛세약사의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느날 한 채소장수가 그 절 약사여래에게 딸이 태어나기를 빌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귀여운 딸을 낳았고 그 아기에게 오타마 (お玉) 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그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타마는 어머니와 같이 요시미네데라에서 더부살이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 절에는 임시로 지어놓은 당이 하나 밖에 없었는데 오닌노란 (応仁の乱) 이라는 난으로 다른 당들이 모두 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2 년 반 후 어머니와 오타마는 도쿠가와씨 (徳川氏)일족과의 연줄로 오오쿠 (大奥) 라는 장군의 부인과 하녀들이 거처하던 곳이 있는 에도성 (江戸城) 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오타마는 약사여래에게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에도시대 3대 장군인 이에미츠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둘 사이에서 아들인 츠나요시 (綱吉) 가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에미츠가 죽고 오타마는 절로 출가해서 케이쇼인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그녀는 약사여래에게 아들이 장군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의 이복형인 4대 장군이 갑자기 40 세의 젊은 나이로 후계자도 없이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결국 츠나요시가 5대장군이 되었고, 케이쇼인은 막대한 권력을 쥐게 되었습니다.
난으로 황폐해진 요시미네데라의 승려들은 몇 번이나 지금의 동경인 에도 (江戸) 로 가서 케이쇼인에게 절의 재건을 부탁했습니다. 절 건물들, 대문, 본당 그리고 여러 당들이 하나하나씩 그녀의 많은 지원을 받아 재건되었습니다.
슛세약사 덕분에 케이쇼인은 채소장수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치적 권력을 얻어서 자기 아들을 최정상까지 오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절을 재건하여 약사여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운이 좋은 케이쇼인의 인생에 큰 오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장군이 된 후에도 후계자가 없어서 그녀는 한 스님에게 가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때 스님은 말했습니다. "그에게 후계자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그가 전생에 동물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지금부터 민중에게 동물 특히 개를 죽이는 것을 금지하면 반드시 후계자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쇼루이아와레미노레이 (生類憐みの令) 즉 ‘동물 살생 금지령’이 1687 년에 시작됐지만 평판이 아주 나빴다고 합니다. 그 조령에 따라 사람들은 동물을 죽이면 사형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개, 고양이, 소, 말 심지어 모기같은 벌레까지 죽여서는 안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