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큐전철 (阪急電鉄) 교토가와라마치역 (京都河原町駅) 에서 시죠대로 (四条大通) 를 따라 동쪽으로 약 400 m 떨어진 곳에 하나미코지 (花見小路) 라는 도로와 교차하는 사거리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돌아 조금 더 가면 왼쪽에 기온카부렌죠 (祇園歌舞練場) 라는 극장이 보입니다. 그 큰 건물 남부에는 러브호텔이 많이 있는데 그 호텔숲 속에 야스이콘피라 (安井金毘羅) 신사가 숨어 있습니다.
그곳 입구에 세워져 있는 기둥문인 도리이 (鳥居) 의 대들보 바로 밑에 있는 간판 표시가 참배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악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 기원하는 곳’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 신사에는 스토쿠천황 (崇徳天皇) 이 모셔져 있는데 헤이안시대 (平安時代) (794-1185) 에 스토쿠천황이 퇴위한 후 자신의 아들을 천황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일본 전국 세력을 끌어들여 호겐노란 (保元の乱)이 라는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전쟁에 졌고 현재의 가가와현 (香川県) 인 사누키 (讃岐) 지방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세상을 엄청나게 원망하면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토쿠천황을 모시고 있는 야스이콘피라신사의 신은 지나친 원망과 한으로 얽힌 인간관계를 끊어 주는 것으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좋은 인간관계 특히 남자와 여자를 맺을 때에도 그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방문한 참배자들이 자신의 소원을 쓴 에마 (絵馬) 라는 작은 판자의 내용을 읽어 보면 그 신사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타케시하고 살고 있는 여자 빨리 사라져버려!
우리 아들하고 사귀고 있는 나오미를 제발 헤어지게 해 주세요!
나쁜 며느리 어서 떠나라!
어떤 남자는 에마에 여러명의 이름을 써서 이렇게까지 빌고 있었습니다.
그놈 평생 괴로워해라!
그놈 가족도 고생해라!
그놈 아내도 유산되라!
그놈에게 절대 아이가 생기지 말아라!
어떤 여자는 남자를 즐기는 상대로 만나고 있었는데 다른 더 좋은 결혼 파트너를 찾으면서 에마에 이렇게 써서 빌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남자와 깨끗하게 헤어질 수 있기를…
그 신사는 에마에 쓰여져 있는 저주처럼 사람들의 음습한 혼이 가득 차 있어서 그만큼 나쁜 약령도 많이 모여 있지 않을까라고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일본 참배자와 비교하면 외국 여행자는 그 신사의 긍정적인 측면만 즉 좋은 인간관게를 구축해 주시는 영험만을 보는 모양입니다. 어떤 프랑스 여자는 소망을 썼습니다. "건강한 아기를 주세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한 독일 남자는 부탁합니다. "내 가족,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다 건강하게 그리고 충실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서로 모순된 희망을 동시에 들어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